부회장 인사

 

존경하는 한국재무학회 회원님들께,

나라 안팎이 참 혼란스럽습니다. 사회 지도층의 저열한 품격과 윤리의식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식들이 연이어 우리를 좌절케 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무학회가 올 한햇동안 금융윤리를 화두로 하여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왔다는 점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이번 부회장 인사말에서는 대학에서의 금융윤리(Financial Ethics and Integrity) 교육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의 금융윤리는 금융업 종사자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내외적 행위규범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과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 대학원과 학부 교육에서 금융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습니다. UN산하의 Global Impact 주도로 구성된 PRME(Principles for Responsible Management Education)사회(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제의 포용성을 높이는 가치창출 역량을 개발하는 경영교육을 목표로 전세계 대학과 학술교육기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출범시켰습니다. 또 이의 실행을 위해 세계 여러 대학에서 윤리 교육이 확산되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업계에서 사회책임투자, 임팩트 투자, 포용적 금융 등이 확산된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윤리 교육과 윤리기준의 강화를 위한 학계와 업계, 감독당국의 노력은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교육의 효과측정과 교육방법의 어려움을 들어 윤리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자에 쏟아진 사회의 비판은 시장이 되살아나면 자연스레 사그라지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근시안적인 사고가 증가하고, 미국 등에서는 경기회복 추세와 더불어 도드-프랭크 법과 같은 금융개혁법안의 주요 내용이 대폭 완화되거나 폐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금융위기의 과거 역사를 보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만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후 아픈 기억을 잊어버리는 과정의 반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금융윤리가 결여되는 경우 앞으로도 위기발생과 그에 따른 악순환이 끊임없이 되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윤리에 대한 교육이 더욱 필요함을 말해줍니다.

징갈레스는 적절한 규범이 없는 경우 금융이 손쉽게 지대를 추구하는 업(a rent-seeking activity)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잘 설명합니다. 국내시장에서 발생한 KIKO, 도이치증권의 주가조작사태, 동양그룹의 CP사태, 홍콩 H지수 연계 ELS사태 등과, 미국시장의 EnronWorldCom의 회계부정, 버나드 매도프의 금융사기,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 골드만삭스의 부실 합성CDO판매, 영국시장에서의 지급보장보험(PPI) 사태, 리보금리 담합사건 등은 윤리의식이 결여된 금융이 사회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평가하는 금융신뢰도는 2014, 20152연속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성인의 48%는 금융이 미국경제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며 단지 34%만이 금융의 순기능을 인정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금융업이 신뢰를 기반으로 함을 생각할 때 이러한 결과는 매우 당혹스러운 것이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함을 말해줍니다. 신뢰회복의 첩경은 금융산업 종사자가 철저한 직업윤리로 무장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직업윤리가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는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금융의 포용성을 높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는 대학에서의 재무금융 교육에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금융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필요한 규범이 포함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전통적으로 재무금융 교육은 사회적 규범 또는 윤리는 외생적인 것으로 보고 가치극대화를 목표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박 종 원

(서울시립대 교수)

 

 

 

 

 

 

 

 

 

 

 

 

 

 

 

 

 

 

 

 

 

 

 

 

 

 

 

 

 

 

 

 

 

 

 

 

 

 

 

 

 

 

 

 

 

 

 

 

 

 

 

 

 

 

 

 

 

 

 

 

 

 

 

 

 

 

 

 

 

 

 

 

 

 

 

 

 

그러나 재무금융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 대부분의 기업이 갖고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적 미션(예를 들어 사회적 책임)과 맞닥뜨리게 되고 갈등을 겪게 됩니다.잘 짜여진 윤리교육은 이런 경우 주어진 윤리적 미션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치극대화라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추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공통의 윤리규범을 공유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참여자간의 신뢰가 높아지고 이는 시장(사회)의 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해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 개개인의 윤리 수준의 제고와 문제해결 능력의 상승은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며 공동체의 삶의 수준을 높여줍니다.

왜 대학의 재무금융 교육에 윤리 교육이 필요한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많은 재무이론은 기본적으로 실증적이고 규범적이며, 가치판단이 내재된 전제를 포함합니다. 둘째, 윤리는 시장참여자들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시장 전체의 성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 윤리에 대한 교육을 받음으로써 이후 발생할 윤리적 문제의 불확실성에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금융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수주주보호나 내부자거래 금지 등과 같은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이들은 효율적인 시장을 목표로 하여 도구적 형태로 구체화된 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리 조건의 충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치극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 선결조건이며, 인간의 불완전성과 이로 인한 법, 제도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줍니다. 따라서 참여자 개개인의 윤리적 행동은 기업 또는 사회의 자산입니다.

금융윤리 교육의 목적은 금융업 종사자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적인 문제 또는 타인과의 윤리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윤리적 논리성을 지닌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학에서의 금융윤리 교육은 먼저, 다양한 현실 사례에 대한 논쟁을 통하여 도덕적 사유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둘째, 직업윤리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직업윤리는 양심-도덕-일반직업윤리-전문직업윤리의 프레임을 갖습니다. 여러 학자는 인간은 홀로 있을 때는 착하고 도덕적이나 집단에 속하는 경우 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은 익명성과 군중심리 뒤에 숨어버리고 집단적인 에고이즘으로 변해 비도덕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는 금융업에 상존하는 윤리적 갈등의 문제를 예방/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양심과 도덕과 더불어 사회적 윤리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체계화된 직업윤리 교육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셋째, 많은 경영대학원은 기업윤리와 같은 독립 과목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원과 시간을 절약할 수는 있으나 윤리적 이슈들을 재무금융 내의 다른 과목들과 분리시킨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재무금융의 각 과목 내에 윤리적 이슈를 담은 모듈을 설정하여 교육하는 것은 해당 과목 내에서 윤리적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습니다. 전통적인 재무금융 과목의 이수 후에 금융윤리의 토대 위에 설계된 대표과목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Griffith University“Sustainable Investing” 과목을 개설하여 지속가능성내에서의 위험/가치 평가, 윤리적 투자/자금조달에서의 주주 및 이해관계자의 역할, 윤리투자펀드의 성과, 사회적 임팩트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학에서의 금융윤리 교육은 금융의 역기능에 따른 폐해를 줄이고 신뢰성을 높여 금융업의 발전을 가져오고,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경제의 포용성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금융윤리 교육에 대한 경험의 공유와 확산을 통해 대학의 재무금융 교육과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7년 새해 재무학회 회원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