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인사

재무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의 정권이 탄생한 원년입니다. 박근혜대통령은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추격형에서 선도형 창조경제로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하여 ‘창조경제’를 경제의 화두로 꺼냈습니다. ‘창조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양하지만, 한국경제의 성장 활력을 되살리고 청년실업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대통령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화답하여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미래를 창조하는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창조금융’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했습니다. 신 위원장은 "창조경제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산업화하는 것이라면 창조금융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이라고 정의하고 "창조금융이란 부동산 담보 등이 부족한 창업·혁신기업이 창조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담보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 중심의 금융지원을 의미한다."고 좀 더 구체화하였습니다.

신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창조금융’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 재무금융학자들이 학교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재무금융과 ‘창조금융’ 간에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재무금융 분야의 교과목들을 보면 지나치게 대기업위주의 재무의사결정을 다루고, 은행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습니다. 또한 재무금융학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분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신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와 ‘창조금융’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의 편향된 시각을 바로 잡는다는 차원에서도 중소·벤처기업의 재무의사결정과 벤처캐피탈 등 중소·벤처기업 금융에 대해서 좀 더 가르치고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무금융학자들에게 아직도 經世致用의 자세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마 재무학회에 요즘 산학협동 세션도 생기고 정책제도를 다루는 연구논문집이 따로 발간되는 등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논문이나 행사를 보면 우리 학자들의 관심사 위주이고 잔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신정부에서 얘기하는 ‘창조금융’도 재무금융학자들의 주된 관심분야가 아니다보니 그와 관련된 연구가 미진합니다. 또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관심이 많은 운전자본관리라든지 자금관리 및 계획수립과 같은 분야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등한시하는 분야입니다. 국가금융정책에 도움도 주고, 기업이나 업계가 많은 관심을 보이는 재무 이슈에 대해서 심도 있는 의견도

 

오 세 경

(건국대 교수)

 

 

 

 

 

 

 

 

 

 

 

 

 

 

 

 

 

 

 

 

 

 

 

 

 

 

 

 

 

 

 

 

 

 

 

 

제시하는 연구들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재무금융학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입니다. 정부와 업계가 연구를 위한 데이터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연구결과를 경청하고 실제 반영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사실 재무금융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싶어도 관련 데이터가 없으면 연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값진 데이터를 갖고 있는 쪽은 정부와 업계입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원하는 연구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겠죠. 정부, 업계, 학계간의 형식적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관산학합동연구가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요즘 창업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밀도의 벤처 창업이 일어나고, 벤처캐피탈의 투자액수가 미국을 능가하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가장 많은 외국기업을 상장시키고 있는 나라입니다. 전쟁위협에 항상 직면해 있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이처럼 창업열풍이 불고 또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경제의 성장 활력을 되살리고 청년실업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창조경제’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창업금융’의 핵심인 벤처캐피탈산업이 이스라엘에서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연구주제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에도 다시 창업열풍이 일고 있다는 기사가 최근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가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수많은 벤처기업, 투자사 등이 공식 비공식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선별하여 모험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창업열기가 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창조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창조금융’에 대한 정부, 업계, 학계간 연구와 정책발굴 작업이  관산학합동연구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열풍이 불 수 있는 것은 젊은 창업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과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관대한 사회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듯합니다.

재무학회 회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활짝 웃는 모습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