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인사

재무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인해 국제적으로 매우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전개되었고 그에 따라 국내 경제도 매우 큰 영향을 받은 한 해였습니다. 연말에는 대선까지 겹쳐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던 것 같습니다.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은 수많은 공약들을 쏟아냈지만 이것들의 실현 가능성 및 재정적인 뒷받침은 매우 회의적입니다. 재무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삶에서 정치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좀 더 객관적인 접근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열거하고 이에 대해 불완전하나마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 중의 하나가 경제민주화입니다. 그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양극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양극화, 이와 관련된 인구 고령화 및 노인문제, 출산율 저하 및 경제의 생산성 하락 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난제들입니다. 이러한 난제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매우 아쉽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을 남발하더라도 재무경제학자들은 엄정한 중립적 자세로 사회의 주요 문제를 접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해결 방법을 몰라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해결 방법을 알면서도 실행을 하지 않는 문제입니다. 후자는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성숙되면 언젠가는 방향을 잡아갈 것이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전자인데 총론은 대부분 동의하나 어떻게 이를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문제들입니다.

가령 대기업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 문제에 대해 학계에서는 얼마나 활발한 논의가 있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매우 다양한 연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사정을 보면 원론적인 주장만 들릴 뿐 심도 있는 연구에 근거한 제안은 드문 것 같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을 그냥 방치한 경우의 국부와 중소기업을 지원한 경우의 국부가 매우 차이가 난다면 그 차이나는 규모까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위주  

 

김 창 수

(연세대 교수)

 

 

 

 

 

 

 

 

 

 

 

 

 

 

 

 

 

 

 

 

 

 

 

 

 

 

 

 

의 성장은 고용 창출이 어렵고 따라서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은 있으나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 중소기업 성장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어떻게 되는지, 사전적으로 지원대상 중소기업을 어떻게 선별하는지, 사후적으로 지원으로 인한 효과 및 평가 지표 개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창업과정의 각 단계에서 자금의 지원은 어떤 형태로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창업과 상장 과정에서 먹튀 현상 등의 이해상충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배구조는 무엇인지 등 매우 다양한 연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일단 정책으로 시작된 것의 예를 들어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중소기업적합업종의 선정이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합리성이 있는 것인지, 개방소규모 경제인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할 때 외국기업에게는 유리하게 되고 국내기업은 역차별을 받게 되어 소기의 경제적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등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의성도 있을 뿐 아니라 현실적인 기여도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중요한 또 다른 분야가 금융의 양극화입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항상 경제의 부담으로 상존하는 상황에서 가계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소기업이나 개인들에 대한 금융서비스 확대 문제는 비단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이러한 금융이 잘 작동 된다면 소기업 창업이 활발해 질 것이고, 개인들의 자영업 활동도 도움을 받아 경제의 생산과 소비 여력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학계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매우 일천합니다. 외국 학계에서도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주류 연구주제는 아닙니다만 우리나라는 특히 더 걸음마 단계에 있다는 판단입니다. 최근에 독일과 같은 유럽국가에서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이 주식회사 형태의 조직보다 좀 더 효과적으로 이러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음이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원주 지역과 같이 협동조합의 운영이 역사도 있고 상대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성숙이 된다면 학문적으로도 미개척 분야를 시작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향후 우리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몇 가지 예만 언급하였습니다만 앞으로 이와 같이 중요하면서도 소외된,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의 역할이 요청되는 분야에서 회원님들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과유불급, 연말연시 건강들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