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재무학회 추계 정책심포지엄

 

금융 규제감독 제도 개선 방향

 

 

한국재무학회는 "금융 규제감독 제도 개선 방향"이라는 주제로 2011년 한국재무학회 추계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하였습니다. 본 심포지엄에서는 규제자의 유인을 감안한 금융규제감독시스템의 개선 방향과 데이터를 기반한 금융감독검사시스템에 대한 강화 방안을 심도있게 다루었습니다. 아래는 두 편의 발표내용이 요약 정리되어 있습니다.

<편집자 주>

• 일시: 2011년 10월 6일(목) 14:00~17:00

• 장소: 금융투자협회 3층 Bulls Hall(여의도 소재)

≫ 금융규제감독시스템 개선 방향:

     규제자의 유인을 중심으로

 

    - 양채열 (전남대학교 교수)

[이 글의 내용은 한국재무학회 추계정책심포지엄 (2011.10.6) 발제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관료/감독자의 대리인 문제

최근의 저축은행사태는 국민경제에 많은 해악을 끼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경제적 손실과 고통을 초래하였다. 19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위기의 원인으로 은행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적 행위,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 감독자의 능력부족 또는 왜곡된 감독유인, 그리고 정치권의 표를 획득하기 위한 선심정책(예금 보장 한도 증대) 등 복합적 요인이 지적된다(Migrom and Roberts, 1992, Economics, Organization, and Management). 이러한 요인은 우리나라의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의 전개와 원인측면에서 많은 유사점을 보인다.

이 글에서 특별히 다루려는 것은 규제감독체계와 관련하여 관료/감독자관련 제도적 측면이다. 즉, 현행 금융규제감독제도는 ‘규제감독자는 공익의 수호자’라는 전제아래 설계되어서 많은 금융사고와 비리가 발생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게임이론적으로 볼 때 현 상황은 금융사고와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나쁜” 균형이다. 규제감독 수행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좋은”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한의도를 갖고 전지전능한) 철인왕은 이상세계에만 존재하기에 규제감독자도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로 파악하여 제도를 고안하여야 한다. 즉 피규제자인 금융기관의 규제 순응만이 아니라, 규제감독자의 유인도 고려한 제도설계(mechanism design)가 필요하다. 바람직한 결과(제대로 된 감독)가 게임의 균형이 될 수 있도록 게임의 룰 또는 게임자체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규제감독에 있어서도 주주와 경영자간의 위임관계와 유사하게 ‘국민(납세자) - 정치가 - 관료/감독자 - 금융기관 경영자’의 연쇄적 대리위임관계에서 정보비대칭 문제와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에서 대리인 문제를 우려하듯이 정부에서도 관료/규제자의 대리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한 관료/감독자와 피규제자의 전략적 상호작용 상황에서 발생하는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문제를 감안할 때 피규제자는 물론 관료/감독자의 유인을 감안하여 제도설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해진다.

감독게임에서는 “Who monitors the monitor?"라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제도/기관을 운영하는 관료의 유인과 그 제도/기관의 목표가 양립하지 못할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부패하게 되며, 그 제도/기관의 본래 목적인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도록 운영되기보다는 관료 자신들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되어버린다. 관료에게 부여된 임무가 그 관료 개인의 사적 유인과 양립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관료의 부패 -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기능 정지 - 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규제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모든 관료는 사기꾼 또는 악당처럼 취급되어야 한다“고 한다. (”In designing a policing system, each officer should be treated as though he were a rogue and a knave.“(Binmore, 1994, Game Theory and the Social Contract) 즉, 관료/감독자를 사익을 추구하는 경제인으로 간주하고 관료/감독자에게 부여하는 역할이 그들의 이익과 유인합치(incentive compatible) 하도록 잘 설계하여야 한다.

규제포획과 관련한 관료/감독자의 유인 문제는 부패의 형태로 나타나는 바, 부패관련 유명한 공식인 “C=M+D-A”에서 해결의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식에서 C는 Corruption(부패), M은 Monopoly(독점), D는 Discretion(재량권), A는 Accountability(책임성)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검찰의 경우에 기소독점주의(검찰만이 소를 제기할 수 있고; M), 기소 편의주의(검찰이 재량으로 소를 제기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D)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만약 책임성(Accountability)이 없으면(-) 필연적으로 부패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료/감독자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독점(M)과 재량권(D)을 줄이고, 책임성(A)를 높이는 제도적 조치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접근은 관료/감독자의 유인의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관료/감독자의 유인은 다음의 식처럼 사회적 편익과 사적 편익의 가중평균으로 표현될 수 있다.

  

[ U = a * 사회적 순편익 + (1-a) 사적 순편익. ]

 

 

 

 

 

 

 

 

 

 

 

 

 

 

 

 

 

 

 

 

 

 

 

 

 

 

 

 

 

 

 

 

 

 

 

 

 

 

 

 

 

 

 

 

 

 

 

 

 

 

 

 

 

 

여기에서 사적 편익은 합법적 편익과 불법적 편익을 포함한다. 따라서 사회적 최적의사결정 규칙과 관료/감독자의 유인합치를 위한 방안의 하나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사회적 순편익에 대한 가중치인 a를 증대하든지, 또는 사적편익의 향유가 불가능하도록 제거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윤리교육/문화운동 등을 통하여 가중치를 바꿀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혹시 가능하다면 시도는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적편익의 제거가 불가능 할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공개/투명성에 의한 견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적편익관련 원천을 공개함으로써 관료/감독자 본인이 이해상충을 자각하게 하고, 외부 감시자가 중점적으로 점검/감시할 것을 미리 인지하여 준비함으로써 관료/감독자의 사적이익추구에 따른 의사결정의 왜곡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는 공정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2. 관료와 학계의 이견?

그 동안 금융감독제도 개편에 대한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학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합의가 형성되어 제안된 정책들이 있으나, 문제는 수용되어 제도화되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아직까지 대규모의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학계의 제안이 수용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료가 관료 자신의 이해증진을 위하여 정당한 학계제안 거부한 것인가? 아니면 학계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적인 제안을 한 것인가? 아니면 학계가 학계의 이익을 증진하는 제안만을 하였는가? 이점에서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과연 공정한 객관적인 진리의 파악과 자기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난 생각/제안이 가능할 것인가?

이점에서 과학정신과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명확한 의견개진과 검증에 대한 개방성이 과학적 방법의 최대 장점일 것이다. 사실문제와 가치문제를 명확히 하고, 사실에 대해서는 학문적 연구를 통한 진리를 추구하고, 가치문제에 대해서는 공론의 장에서의 활발한 토론을 통한 합의형성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공복(civil servant)인 관료의 중립적이고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행정지원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감독제도 개편의 공정한 관리를 위하여 과연 관료가 자기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 학자의 integrity 증진

학계의 제안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낮다면 그 요인의 하나는 학계/연구자의 신뢰성 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학계제안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계/연구자의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부패의 도미노”에서 넘어지지 않을 고정점이 있어야 할 필요성을 감안해볼 때는 특히 학계/연구자의 integrity가 중요해진다.

학계/연구자 스스로 이해상충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할 것이며 이해상충을 해소하고 연구의 독립을 증진하는 제도적인 조치의 도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소속 기관을 명시적으로 공개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연구 독립성과 학문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표준 연구용역 약관(가칭)’을 마련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표준연구약관을 통하여 발주처인 정부나 기업에 의한 과도한 비밀유지 의무부과를 방지하고, 또한 발주자의 의도에 어긋나는 연구 결과의 경우에 발주자의 권한으로 연구결과를 사장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정부발주 연구의 경우에 중립적으로 선량한 관리만을 담당해야 할 관료계의 입장을 벗어나서 납세자인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사업타당성 분석은 재무관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자본예산 문제이다. 그런데 혈세낭비로 지적되는 민자 도로, 용인 경전철, 인천 공항 철도 등의 수많은 예산낭비 사업은 학자의 부실연구, 정치가/관료의 대리인 문제, 그리고 사업자의 이익추구의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이다. 하나의 고정점만 있어도 도미노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듯이, 부실의 연쇄에서 학자의 지적 성실성만이라도 유지될 수 있다면, 상당한 문제발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점에서 학자의 연구윤리와 지적 성실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차원의 반성/노력도 요구되지만, 학계차원에서 곡학아세하는 학자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든 처벌이 부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정능력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야 학계의 제안/의견은 모든 국민이 신뢰하게 될 것이다. [사족: 재무/금융 학자께 2008 글로벌 금융위기 관련 다큐영화 'Inside Job'을 권합니다.]

≫ 데이터 기반 금융감독검사 강화

     방안

 

    - 정철용 (상명대학교 교수)

 

금융회사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는 금융감독검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업정지된 대형 저축은행들의 BIS비율 왜곡에서 볼 수 있듯이 금감원 수집 데이터의 품질, 즉 데이터의 정확성, 적시성, 완전성 등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금감원은 감독대상 금융회사로부터 총 1,700 여종의 업무보고서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외에는 상시감시보고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수집 데이터에 대한 의미론적 정의가 충분하지 않으며, 금융회사에서의 데이터 작성과정이 일부 자동화되어 있지 않아 오류발생 가능성과 함께 작성과정의 사후 검증이 어려우며, 또한데이터를 활용한 감독검사가 금감원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즉 데이터 거버넌스(governance)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 의문이다.

 

미국의 경우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안의 후속 조치로서 미 재무성 산하에 금융조사국(OFR, Office of Financial Research)을 설치하여 리스크가 높은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원천 거래데이터까지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 데이터 보안 등의 이슈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수집된 데이터를 데이터웨어하우스에 저장하여 놓고 계기판(Dashboard) 시스템을 통해 상시 감시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거래데이터까지 드릴-다운하여 검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 이와 같은 고도의 데이터∙모델기반 상시모니터링시스템을 금감원이 갖추려면 제대로 된 IT투자도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감독원과 금융회사내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확립되어야 하겠으며, 이를 위해서는 금감원의 데이터 기반 감독검사에 대한 마인드부터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