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무학회 회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 1월 재무학회 회장의 임기를 시작한지 벌써 반년이 흘렀습니다. 회원 여러분께 지난 반년의 학회 활동에 대해 보고드리고 남은 임기 동안 하고자 하는 일들을 말씀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현재 재무학회는 심각한 도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재무학회는 1987년 10월 창립 이래 재무금융학계의 플랙쉽 학회로서 그 역할을 다해왔습니다. 그러나 재무금융 분야에 존재하는 여러 학회가 하는 일들이 대동소이해지면서 학회 간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무학회의 위상도 급속히 약화되어 'one of many'가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에 재무학회의 정체성 확립과 위상 정립 방안을 작년 차기 회장 때부터 고민해온 결과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아이디어들이 1년이란 짧은 임기 내에 마무리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는 법이니 비록 몇 년 후에야 결실을 얻더라도 씨앗을 뿌리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해오던 학술대회, 재무연구 발간, 정책심포지엄 외의 새 사업이라 추가 재원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학회들을 후원하는 기존 기관들이 통폐합되고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어 재정적 후원을 받는 것도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기관 등 비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및 신규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모으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해오던 사업 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식집적사업 - 우리나라 금융시장 및 기업재무에 대한 많은 연구 논문들이 있으나 연구 내용이 국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우리 학자들의 연구물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려 해도 해당 분야에 어떤 논문들이 이미 발표되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국내에는 이미 알려져 있는 내용도 마치 새로운 결과인양 해외 저널에 발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조차 이미 발표된 논문을 인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논문이 일회성으로 그치고 세월이 흐르면서 논문의 존재조차 잊혀지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금융시장 및 기업재무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주제별로 집대성하여 서베이 논문들을 만드는 사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영문으로 작성한 논문들을 재무연구에 별도 카테고리로 게재하고 이 논문들을 모아 "Handbook of Korean Finance"(가제)와 같은 단행본 시리즈로 발간하여 국내외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이 단행본 시리즈가 국내외 학자들과 박사과정 학생들의 '한국 금융시장 및 기업재무에 관한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제1단계 주제 및 집필자들이 선정되어 논문들을 작성 중에 있습니다. 이 사업은 연구위원회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2. 논문마당사업 - 우리나라 학계의 경우에는 미국의 학계와 달리 워킹페이퍼를 해당 분야의 다른 학자들에게 보내 코멘트를 받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논문을 갈고 닦은 후 학술지에 보내기 보다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논문을 보내게 되어 게재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또한 학술대회에 참가하거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보고서야 자신이 작성 중인 논문과 유사한 주제의 논문이 이미 만들어진 것을 알게 되어 그동안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경험을 해본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학자들 간의 워킹페이퍼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워킹페이퍼를 공유할 수 있는 '논문마당'을 온라인상에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이데일리와 제휴하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7월말 경에는 회원 여러분들께서 자신의 워킹페이퍼를 올리고 남의 워킹페이퍼를 다운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입니다. 이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매우 유용한 것으로 판단되면 경제학회나 회계학회 등 타 학회들과 연계하여 미국의 SSRN과 같

최   혁

(서울대 교수)

은 형태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자가 원할 경우 이데일리 단말기에 논문이 올라가 애널리스트 등 업계 전문가들에게 논문을 알릴 수 있는기회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재무학회는 이데일리와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데일리에서는 단말기에 재무학회가 제공하는 논문들을 브라우징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에 올릴 논문의 스크린 및 관리는 새로이 구성하는 '온라인저널 편집위원회'에서 주관할 것이며 재무연구 편집간사가 위원장을 맡게 됩니다.

3. 재무연구등재사업 - SSCI 등재를 목표로 재무연구의 영문명을 바꾸고 새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해왔으나 아직까지 신청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취임 인사 때 말씀드렸듯이 이제는 행동할 때입니다.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일단 부딪혀 보아야 합니다. 신청회수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만큼 신청해서 탈락하면 더 준비하여 다시 신청하면 됩니다. 계속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올해 12월에는 SSCI 등재 신청을 하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대학들처럼 SSCI를 중요시하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SSCI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인용인덱스는 아닙니다. 이공계의 경우를 보면 SCI뿐만 아니라 SCOPUS도 같은 비중으로 중요시하며, WCU와 같이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사업의 경우에도 연구자 평가에 있어서 두 인용인덱스를 동등하게 취급합니다. 물론 SCOPUS에 등재되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올해 8월 중 SCOPUS에 등재를 신청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SCOPUS와 SSCI에 등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은 재무연구 편집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임기를 시작하면서 하고자 했던 일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임기를 시작하면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으로 Allied Asian Finance Association(AAFA)의 결성이 있습니다. AAFA는 개인이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재무학회들이 회원이 되는 '학회의 학회'를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회원 간의 교류, 연구 데이터의 공동 개발 및 공유, 우리가 하고 있는 지식집적사업의 확장, 아시아권 재무금융 정책에 대한 공동 제언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국제위원회가 주도하여 방향 및 결성가능성을 연구해 보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우리 재무학회와 같은 성격을 갖는 학회가 존재하는 나라가 몇 없는 것입니다. 일단 한국, 일본 등 두 세 나라의 재무학회가 AAFA를 시작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재무학회를 결성하는 것을 장려 및 지원하는 것으로 목표를 낮추어 그 가능성을 탐색 중에 있습니다. AAFA의 결성은 일단 기초 연구는 하되 구체적인 성과는 아무래도 차기 또는 차차기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예정되어 있는 행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8월에는 경영관련 학회 하계 통합학술대회가 경영학회 주관으로 인천 송도에서 개최됩니다. 경영학 분야 여러 학회의 위상이 드러나는 자리인 만큼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10월 추계심포지엄, 11월의 정기 추계학술대회와 정기총회가 공식일정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예년과 다름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벌써 임기의 반이 지나 새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마무리 작업을 할 때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조금이라도 학회가 더 발전하고 회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재무학회가 한국 재무학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도록 잘하는 일은 성원하며 동참해 주시고 잘못하는 일은 질책하고 개선안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마와 무더위에 늘 건강하시고 연구에 큰 성취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